1988년산 국산 판조의

뭐, 제가 현역 시절에 쓰던 판쵸이랑 똑같은 거 하나 구했어요.예전에는 베트남전쟁 당시 생산된 미제 판초옷이 가끔 눈에 띄었는데 국산 군용 판초옷은 인기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어서 시장에 못나온 건지 제대자들이 안가져온 건지…아니면 다 써서 없어진 건지 눈에 띄는 게 거의 없었는데 상태 B~C급 거 하나 입수했어요.

전체적인 디자인과 색상, 제작 방식과 부자재는 미군용 판초와 거의 같습니다.질은 조금 떨어지지만…방수용으로 코팅한 고무질이 오래되면 망가지는게 국산 우비들의 숙명같은거라…그래도 이 녀석은 일부 부식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코팅이 큰 손상없이 잘 견디고 있습니다.판초옷이라는 것 자체가 멕시코나 남미 분들이 입던 전통 의상으로 비바람을 막고 깔개부터 간단한 텐트까지 변신할 수 있는데 둘둘 말아 들고 다니기 편한 구조이기 때문에 고어텍스 방수복이 지급된 오늘날의 한국군도 디지털 위장 패턴 판초를 지급하고 있습니다.

가슴부분에 조임끈이 달려있어요.고무코팅을 한 원단에 접착재를 바른 후 고온에서 압착하여 접착한 내부 모습입니다.조임끈은 후드 부분에도 하나 붙어 있습니다.

후드 안쪽 모습.한겨울 이 판초를 쓰고 제대로 된 방한복도 없이 야상에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철원의 그 혹한과 찬바람을 견뎌낸 시간이… 악몽처럼 기억에 남습니다.

1988년 2월 생산품.진지 보수공사 때 폐급판 마을의 우의를 걷어내고 엄패호수 지붕 밑 방수재로 더워서 흙과 무리(잔디)를 올린 기억도 있고… 방초를 이용해 들것을 만들어 “당가”처럼 흙이나 돌을 쌓아 나르기도 하고… 여름에 더울 때는 차양을 하고, 그 밑에서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었던 고마운 물건이 판초입니다.

이런 상태로는 입지 않아요.마네킹이 팔이 달린 모델이라면 판초 양쪽 끝을 접어 안쪽으로 감은 뒤 X밴드(멜빵)와 탄티를 밖으로 돌려 팔을 자유롭게 해야 작업이든 총을 들고 경계하곤 했으니까요.뭐, 조금 질이 떨어져도 지금은 미제 판초보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녀석을 정말 오랜만에 만나니까, 오랜 전우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랄까… 미제 우드랜드 판초처럼 똥 냄새가 나지 않아서 더 멋진 녀석이었습니다.

https://www.youtube.com/shorts/COUhvJgg_a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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